| 은근과 끈기로.. [2] 끊겼다 이어짐을 거듭하며-->할머니 할아버지 된 대학동기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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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째 날,
공원의 가을색을 놓쳐버린 아쉬움을 아셨던가? 이튿날 정말 뜻밖에도 올림픽 공원 근처의 같은
코스를 거닐게 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이었다. 날씨는 청명했고 바람 한 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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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맑은 색은 잃었지만 깊어진 紅과黃의 조화로 어우러진 늦가을의 산천은 여전히 아름답다.
잎이 지면 돌고 돌아 가을이야 다시 오겠지만 결코 같을 수는 없는 이 계절의 뒷모습을 아쉬워
하며 한 때 우리 모두에게 익숙했던 이 길을 다시 걷고 있다. 공원 근처에 살던 옛 친구 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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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배경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이 老博士 부부, 나와는 대학 같은과 동기동창으로 졸업 후
도미유학, 학위획득 후 교수와 연구원으로 일하다 중년이후엔 귀국, 서울과 대덕단지에 떨어져
살며 후학교육에 힘쓰더니 정년이 되자 다시 도미하기에 영영 미국 사람으로 살려는가 했는데
왠걸, 100세를 넘으신 고국의 노모를 뵈러 몇 해에 한번씩은 반드시 귀국하고 있다.
모처럼 이들 부부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한평생 못했던 한맺힌 이야기나 풀어놓아 볼까 한다.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여전히 의식이 공룡시대를 못 벗어났다는 '金,金 博士 부부'는 그 흔한
hand phone도 없이 아주 작고 귀여운 고전적인 사진기를 하나 가지고 다니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필경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도 한 3년 후 그들이 다시 고국을 찾아왔을 때 인화된
사진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3년 전 사진 한 장 받았으니 다음에도 틀림 없으리라.
이 부부, 그러고 보니 e-mail 도 안해서, 연말마다 카드 한장 때문에 날 우체국에 가게 한다.
하긴 유난히 앞서가는 일면도 있긴 했다. 남녀교제 그것도 같은 과 재학생간의 교제는 거이
금기 시 되던 60여 년 전, 2학년 학생 둘이서 비밀 교제를 시작하였으니 난리가 날 수 밖에...
Miss Kim 쪽이 나와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죄로 '내가 아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로 소문을
무마시키려 열심히 팔자에 없는 거짓말 늘어놓아야 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억울 무쌍이다.
앗 참, 이런 일도 있었지!
'믿거나 말거나' 인데, 당시 우리 과 신입생은 42명으로 그 중 여학생 8명은 거이 한 학교에서
하나씩 왔으므로 곧 친구로 뭉칠 수 밖에 없었지만 남학생과는 4년 동안에 말은 커녕 인사도
없이 졸업하고 마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남녀간의 심한 '內外하기'의 마지막 해 쯤 될 것이다.
내가 재학 중 말을 트고 지낸 남학생은 4명인데 2명은 실험-mate 였기 때문이고 나머지 둘은
과대표(男2명, 女1명)를 함께 했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심부름을 하다 보면 전달사항도 있고
함께 움직일 일도 있었지만, 나로선 Mr. Kim 에겐 Miss Kim 이란 주인이 있는 몸이라 대화가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그것이 또 다른 스캔들거리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변명도 우스꽝스러워 그냥 묵살하고 말았지만 요즘이라면 마참한 대꾸거리가 있었을 것 같다.
"내가 이러려고 남녀공학에 들어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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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부부가 서울 살림을 시작하면서 마련한 집이 마침 내가 살던 올림픽 단지 내였고 그것을
소개한 사람 또한 우리집을 사준 부동산 박사장인데, 알고 보니 Miss Kim 의 부산여고 후배이기
도 해서 이들 부부 네 사람도 가족을 능가하는 친밀감으로 20년 가까이를 정답게 살아오고 있다.
공룡시대를 살아가는 부부에게 현실감을 불어넣어주는 대신 스스로 전자기기가 되어 봉사하고
있으니 이런 저런 인연으로 해서 김박사 부부가 서울에 올 때마다 함께 모여 회포를 풀게 된다.
신통하게도 재학시절의 사진 몇 장이 남아 있기에 기념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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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Kim 과 Mr. Kim 의 발빠른 연애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덕에 남학생 동기와 함께 찍은
젊은 날의 사진도 한 장 건졌고, 옛 한국인의 미풍양속이던 '은근과 끈기' 로 또 새로운 사진을
하염없이 기다리게도 되었으니 이 아니 고마운 노릇인가?
부디, 언제나 처럼 다정히 손잡고 긴 여행길을 건강하고 즐겁게 끝마치기를 두 손모아 빈다.
이맘 때면 동숭동의 마로니에도 잎을 다 떨구었을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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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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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가 있네요 ^^.
우리나라 흘러간 영화 속의 배우 같아요 ㅎㅎ 얌전한 목 도리 하며 머리 가름마 하며 ... 이렇게 몇 사람은 마로니에 밑에서 만나서
길 건너 학림다방 쯤으로 가셨지요 ? 검으스름한 마룻바닥을 지나 조신하게 여대생들은 앉았을 터이고 남학생 또한 낭만을 아는듯한 표정으로 약간 신사답게 건너편에 ㅎㅎ 이만 하면 흘러간 명화 맞네요
그 무렵 저는 덕수국민학교에서 경기여중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아이였네요 ㅋㅋ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새카만 후배가 기도합니다 ^^.
12-18 14:41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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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림 다방>이라고 학교 건너 이층에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이실직고 하자면
난 대학 재학 중 단 한번의 다방출입조차 못해본 쑥맥이었지요.
"다시 태어나면 이상한 과목 아닌 미술 같은 것 전공하면서 사랑도 열심히 해야지!" 에
"아이고, 한맺히신 우리 어머니!" 하며 며느리들이 놀린답니다.
흘러간 명화(?) 속에서도 기껏해야 잠시 비쳤다 사라지는 조연이니 될까?
같은 시절 혜화국교에서 공부하던 윤미는 연수 후배와 동창이 되었고
당시의 사진을 찾아 송년카드를 만들어 보냈기에 잠깐 소개합니다.
(알다싶이 건강이 좋지를 않아 처져있으니 힘 내라는 뜻으로 요.
12-22 21:28 삭제 |
| 최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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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선배님 ... 정말 깊은 인연이에요 정말 ...
그리고 , 윤미야 ~ 넌 얼마나 좋으냐 ? 윤명이 언니 같은 언니의 친 동생이란 거 말이야 ㅎㅎ
아프지 마라 , 건강해야지 ... 새해에 다 같이 보자 ... 해피 건강한 새해 ~~~
12-26 22:07 삭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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