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수님 사진입니다 -
전혀 근엄하지도 않고 그다지 거룩해보이지도 않지만
예수님도 아마 이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니고 계시지 않았을까 하는 묵상을 해봅니다.
- 당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이자들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어찌된 일이오? (마르 14,60)
얼마전 부터 저를 자꾸 쳐다보는 친구가 있습니다.
차라리 여자였으면 좋으련만
어느 커다란 키의 친구가 은근 슬쩍 째려보는 듯한 눈으로 저를 훝어봅니다.
그 눈빛을 느낀 저는
씨름에 나가는 선수처럼 어깨를 과장되게 펴고 고개를 꼿꼿이 들어올려
나 역시도 강한 남자임을 과시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기싸움이 참으로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쳐다보면 웃어주고 째려보면 눈을 내리깔고 행여나 시비를 걸면 당해주는
그 넓은 마음을 저는 왜 아직 갖지 못한 것일까요.
예수님께서는 붙잡혀 재판을 받기 직전 밤새워 기도하십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는 것을 하십시오." (마르 14,36)
그 분의 기도는
불행한 일에 대비하려는 생명보험도,
스스로의 힘을 키워 불의에 맞서려는 호신술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주시는 것이라면 받겠습니다,
결코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게하소서"라는 각오였습니다.
그 마음을 굳세게 해달라고 예수님조차 밤새워 기도하신 것입니다.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이사 50,5)
당하지 않으려고 경계하기 보다 가슴을 열고 받겠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까 걱정하기보다 "주시면 다 받겠습니다" 라고 호탕히 외치겠습니다.
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고민하기 보다 "안 주시는 이유가 있겠지요" 라고 시원히 웃겠습니다.
나를 보호하고 방어하려는, 조금 더 낫고 편하고 높이 있으려는 이 습관이
예루살렘 뒷편에 두려워 숨은 베드로를 따르지 않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당당히 입성하신 그 분을 따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고통도 받겠다는 각오를 가진 자가 가장 강한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