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뜻조차 어리둥절할 정도로 낯설어지고 말았다. 후락한 책꽂이에서
깅영랑의 정겨운 시 한 편을 찾아냈기에 반가운 마음에 옮겨 놓는다.
「오.매 단풍들것네」 - 김영랑 (1903년 ~ 1950년)
「오.매 단풍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들것네」</font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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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도 어언 옛글로 잊혀질만큼 세월이 흘렀기에 작품에 대한 해설을 살짝 붙여둔다.
이 시는 가을 단풍을 보고 느낀 정취를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한 향토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1연은 감잎을 바라보는 누이의 마음을, 2연은 누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을 기술하고 있다. 진술을 강조하지 않는 김영랑 시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남 강진 출신의 김영랑이 의도적으로 이 시를 전라도 사투리로 창작한 듯하다.
1연에서 화자의 누이는 장독대에 날아드는 붉은 감잎의 단풍을 쳐다보면서 “오매, 단풍 들것네.”
라고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서 ‘오매’는 ‘어머’의 놀람을, ‘장광’은 ‘장(醬)을 놓는 광’,
즉 장독대를 가리킨다. ‘골 붉은’은 학자에 따라 ‘붉음’을 강조한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골고루 붉은’, ‘반쯤 붉은’, ‘살짝 붉은’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한다. 요컨대 이 시의 1연은 어린
누이가 단풍잎이 날아 드는 광경을 보면서 사투리로 놀람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2연에서 반복되는 “오매, 단풍 들것네.”라는 진술은 누이가 아니라 화자의 말이다.
열 네 살의 어린 나이로 결혼을 했다가 1년 만에 상처를 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시인은 어린
누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어린 누이가 장독대에 무언가를 가지러 나갔다가 무심코
떨어지는 붉은 감잎을 보고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런 누이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오빠의 짓궂은 장난에는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려 곡식
걱정을 하는 어린 누이에 대한 안스러움이 배어있다.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라고 하는 화자의 혼잣말 속에는 나이에 맞지 않는 걱정일랑
하지 말고 가을을 마음껏 즐기라는 오빠의 진심이 담겨 있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 '네이버 지식백과' 에서 발췌 -
* suean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4-23 17: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