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하찮은 작은 일이 때론 사람의 가는 길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지금(2002년)으로부터 5년 전(1997년) 내가 받은 세 개의 생일 카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컴퓨터란 괴물 앞에 앉는 것을 두려워 떠는 할머니인 채로 그냥 늙어왔을 게다.
그러나 진갑하고도 한 해를 더 보낸 그날부터 나는 컴퓨터로 내가 받은 그림 카드 정도만
흉내낼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을 갖게 되면서 그 괴물과 친해지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2000년)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열렸고, 그것은 순전히
그 옛날 혼란기를 틈타 좀 이름 있는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행운의 뒷풀이였다.
모교에 문을 연 '동문을 위한 컴퓨터 교실'의 수강생이 된 것이다.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이 줄줄이 이어졌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기계와 사람 사이의 친밀해진
관계로 해서 시간을 쪼개 써야하는 바쁜 생활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에 이르렀다. 뜻하지 않은
노후생활을 누리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끔씩 소중히 간직해온 석 장의 카드를 꺼내본다.
이 작은 종이 쪽 몇 개가 가져다 준 엄청난 변화를 돌아보고 가족들의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들에게 '손 가지 않는 할머니'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 큰 손자(당시 초등 3)의 생일카드
♥ 작은 며느리의 축하카드
♥ 또 하나의 참을 수 없는 유혹
큰 손자가 할머니에게 준 생일선물은 컴퓨터로 그렸다는 이 그림들이었는데
동화같은 제목의 그림들은 드디어 할머니를 포토샵에 빠지도록 유혹하게 되는 것이다.
덧 : 할머니는 내 가까운 스승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기력이 허락하는 날까진,
가족의 생일 카드만은 손수 만들어 주려고 다짐하고 있다.
품질은 보증할 수 없지만.....
